나의영토

2017. 7. 8. — 7. 30.
김은정
· 배성희 2인전

나의 영토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건은 그 경중을 떠나 작가의 내면 세계에 파동을 주기 마련이다. ‘나의 영토’는 내가 사는 영역으로의 ‘영토’에서 내 생각의 가지가 뻗어나가 확장되는 범위로의 ‘영토’에 대한 두 작가의 이야기이다. 2인전이라는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김은정, 배성희는 각자 작업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방식부터 결과까지 퍽 다르다. 김은정 작가의 작업은 ’나’라는 개인이 일상에서 느끼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 혹은 경험을 통해 발생한 알 수 없는 생각의 가지가 퍼져 본 적 없는 열매가 돋아나는 모습같다. ‘씨앗’이 된 개인적인 사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확장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불안감, 공포를 통해 이것이 공중에 떠다니는 ‘바이러스’가 되어 김은정의 머리 위를 둥둥 떠다닌다. 우연성, 일회성에 의해 만들어진 판화 기법의 바탕에 그림을 덧그리는 작업들은 색감 뿐 아니라 어딘가 모르게 불안한 군중의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그 공포감을 보여 준다. 그렇게 떠다니던 감정의 뭉치는 보이지 않는 김은정 내면의 영토 어딘가에 달라붙고 뿌리를 내려 작가의 일부가 되어 버린다. 환풍기 팬에 달라붙은 털 뭉치는 이런 작가의 감성을 위트 있게 보여 준다. 김은정 내면의 핵에서 파생되어 상념의 옷을 입고 불어나, 떠다니고 퍼지는 ‘바이러스’는 근원을 알 수 없는 공포와 불안 속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전혀 생경하지 않은 모습이다. 

반면에 배성희 작가는 세상을 조망하듯 멀리서 바라보는 관찰자로서의 ‘나’가 사적인 ‘나’의 영역에 집중하며 시작된다. 일상에의 주변에서 보이는 특정적인 주제-조경, 인공적으로 다듬어진 가로수-에 집중하면서 그 주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가는 형식이다. 이번 전시에서 배성희는 지속적으로 다루는 도시의 인공적인 풍경, 도시 속에 만들어진 자연이라는 주제에서 더 파고 들어가 작가가 거주하는 ‘빌딩 숲속 아파트’에 주목한다. 아파트 단지 사이 사이에 심어진 가로수 나무들은 당연하게 원래 있던 듯 일렬로 줄지어 있다. 토박이처럼 아파트에 자리 잡고 곧게 서 있는 이 나무들은 사실 이곳의 진짜 주인인 ‘사람’의 필요에 의해 심어진 것이며 언제든 이런저런 이유로 잘려나갈 수 있다. 배성희는 이렇게 가지치기 된 후 남겨진 어색한 형태의 나무 조각에 집중한다. 어색하게 마구 잘려나간 나무는 배성희에 의해 이미지로 수집되고 박제된다. 배경이 되는 건물 드로잉에 환상처럼 비치는 작은 나무 이미지를 품은 필름은 실제 가로수들이 그렇듯 연약하며 언제든 너무 쉽게 잘려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