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독신

2017. 10. 28. — 11. 4.
김시율 피리공연

Pyridoxine

「태초에 ‘시율’이 있었다」

스스로 신이 되어버린 피리연주자 ‘시율’의 <피리독신>이 의외의조합을 만나 새로운 구성으로 돌아온다. 시율은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차세대 유망예술인 집중육성사업(AYAF)에 선정되어 2016년 1월 ‘문화역서울284 RTO’에서 <피리독신>을 공연한 바가 있다. 옛 서울역에서 올려진 이전 무대가 격리되어버린 국악의 현실에 저항하듯 처절하고 진중하였다면 이번 무대는 공연장을 떠나 의외의조합이라는 신선한 공간에서 좀 더 유쾌한 방식과 새로운 형태로 펼쳐진다.

의외의조합은 중구 다산동 성곽길에 위치한 갤러리로 다양한 예술 분야의 젊은 창작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새롭고 의미있는 전시를 선보이는 곳이다. 이번 작업 또한 국악 피리 연주와 시각예술, 연극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피리독신 원안이 가지고 있던 시율의 자아찾기와 블랙코메디적 메시지에 집중한다. 예술의 본질이란 무엇인가라는 다소 힘이 들어간 문장으로 공연을 설명하기 보다는, 서로 다른 분야의 창작인들이 모여 그것을 찾고 표현하기 위하여 뜨겁게 부딪히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와 새로운 시도의 결과물로써 도출되는 음악이 바로 이 무대에 대한 근본적인 설명이 될 것이다.

마치 시율기념관처럼 꾸며진 갤러리 곳곳에는 그의 위대한 연대기와 함께 그의 역사를 반증하는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수상한 도슨트(전시해설자) 역의 배우가 관람객을 피리독신의 세계로 이끈다. 진실과 허구가 뒤섞인 공간 속에서 진짜 메시지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운 순간 피리독신인 시율의 피리 연주가 시작되고 이를 감상하는 것을 끝으로 공연은 막을 내린다. 작가의 자아찾기이기도 한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들도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