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LINE

2018. 3. 10. — 4. 1.
박종진 개인전

TIME, LINE

의외의조합은 2018년 3월 10일부터 4월 1일까지 박종진 개인전 『TIME, LINE』을 개최한다. 이번 개인전은 새로운 시도의 과정과 결과를 밀도있게 정리한 전시로 작가 타임라인의 두 번째 꼭지로 볼 수 있다. 작가는 종이에 한장씩 슬립을 발라 겹겹이 쌓고 이를 구워 완성한 Artistic Stratum 시리즈를 선보인다. 수천장의 겹은 무수히 많은 선(Line)으로 보여지고 이는 작업 과정의 시간(Time)을 직관적으로 나타낸다. 전시장의 동선을 따라 길게 설치된 원형 좌대는 각각의 작업들을 개별로 나열함과 동시에 모두 하나로 연결시켜주어 이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시간성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작가 작업 초기의 백자 작업들과는 전혀 다른 시작점을 가진다. 전통적인 도자의 유선형과는 사뭇 다른 기하학적인 형태를 띄고 있으며, 두개 이상의 색을 가진 레이어가 반복적으로 점층되어 무늬를 만들기도 하고 형광색에 가까운 원색들이 현란한 바이브레이션을 발산하기도 한다. 그 질감은 불확실하고 불완전하다. 흔히 생각하는 도자의 표면처럼 사람의 손으로 빚어낸 느낌이 아닌 전동 공구로 깎아낸 표면은 불완전한 질감과 대비되어 왠지 어색한 듯 깔끔하다. 작업물의 가장자리는 바닥과 맞닿을때 자연스럽게 부스러지기도 하는데 백자가 가진 비무결성의 특성과는 정반대에 놓여있다.

종이는 형태를 잡는 과정에서의 재료로써만 사용될 뿐 결과물에서는 그 존재가 삭제된다. 가마에서 구워지는 동안 타 없어지기 때문인데 그 흔적만이 전이되어 종이를 흙으로 박제한 것같은 결과물을 갖는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결과가 너무나 종이같아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본디 무엇을 담는 용도인 그릇이라는 기본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이 독특한 제작 방식과 켜켜이 쌓인 층 사이의 틈새는 도자로서의 역할마저 다시 삭제한다. 무엇을 담아 가둘 수 없는 도자기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묻게 한다. 그렇다면 이것은 무엇인가?

Artistic Stratum 시리즈는 용도가 없다. 익숙한 줄무늬와 일상 재료인 종이의 질감을 가진 이 도자기는 쓰임이 없음에도 일상 생활 속에 놓이기에 아주 적합해 보인다. 도리어 그릇이라는 용도에 충실한 백자보다도 위화감이 없다. 일상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만 수천 겹이 주는 존재감과 다양한 매력은 시선을 자꾸 머물게 한다. 도자를 공예라는 틀에 가두어 어떤 용도가 있어야 한다는 선입견에서도, 점잖은 좌대 위에 모셔져 위용을 뽐내야 한다는 선입견에서도 벗어나 그저 하나의 작품으로 존재하는 것, 이것이 작가가 관람객들로 하여금 느끼길 원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새로운 시도는 어쩌면 작가에게 자유를 주었는지도 모른다. 현대 도예가들이 어쩔 수 없이  갖게되는 역설적인 고민들 속에서 새로운 해결 방향을 모색하는 그의 대담한 시도를 응원하고 싶어진다. 박종진 작가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 지는 이유이다.

작가노트
Artist Statement

새롭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한편 그동안 가지지 못했던 생각의 여유를 즐기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해안가에는 가파르게 깎인 지층 형상이 장엄한 광경을 연출하였다. 그 앞에선 나는 자연스레 나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되었으며, 그 시간의 겹이 쌓여 만들어진 아름다운 광경에 깊은 인상을 받게 되었다. 단지 시간이 흐르며 쌓인 것뿐인데 왜 아름답게 느껴질까? 인간은 본능적으로 ‘시간의 깊이’에 반응하는 것은 아닐까? 그와 같은 가정을 기반으로 수행한 조형적 실험은 많은 가능성으로 다가왔으며, 현재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물성을 찾아가고 있다.

Q.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는가
작업을 진행하며 발생하는 실수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 실수로 인해 작업에 생긴 상처(흔적)는 때로 그 자체로 기록이며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로 이어지기도 한다.

Q. 주로 사용하는 표현 방법과 다루는 재료는 무엇인가
최근 작업에서는 흙으로 타재료와 시각적으로 유사한 표현을 하고 있다. 그것을 위해 실제 종이가 사용되는데 낱장의 종이마다 발라진 슬립이 불에서 구워지며 종이는 타서 없어지고 얇은 흙층만 남게 된다. 종이는 그 유사한 물질성을 창조하기 위한 희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종이에 흙이 발라져 마른 상태를 활용한 작업 또한 전시한다. 단계별로 그것이 가진 속성과 미감의 변화에 주목하였다.

Q.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신경 썼던 점은 무엇인가
이번전시는 나에게 있어 큰 도전이었다. 일반적인 갤러리의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 큐레이터와 함께 많은 논의과정을 거쳤다.

Q. 의외의조합에서 전시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의외의조합은 현재도 좋은 방향성을 가지고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공간이다. 초창기에 이렇게 전시할 기회를 받았기에 기쁜 마음으로 전시를 결정하였다.

박종진 Park, JongJin

jongjinpark00@gmail.com 
www.jongjinpark.com

2017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대학원 도자전공 박사과정 수료
2014 Cardiff Metropolitan University, MA, Ceramics
2009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 도예학과 석사
2007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도자공예학과 학사

Solo Exhibition
2015 『Artistic Stratum』, KCDF갤러리, 서울
2017 『Ceramic Art London』, 부스개인전, 센트럴세인트마틴, 런던, 영국

Group Exhibition
2018 『Collect』, 사치갤러리, 런던, 영국
2017 『KOGEI Art Fair Kanazawa 2017』, 가나자와, 일본
2017 『Made in Korea』, 슬레이드모어갤러리, 런던, 영국
2017 『Wouter Dam & Jongjin Park』, 펄스갤러리, 브뤼셀, 벨기에
2016 『A la Recherche du Sublime』 . 르돈두펠갤러리, 프랑스
2014 『New Designers』, 비즈니스디자인센터, 런던, 영국
2012 『Talente』, 국제공예박람회, 뮌헨, 독일
2012 『이하린. 박종진 도예전』, 통인화랑, 서울
2011 『Beyond the time (박종진 이기욱 2인전)』, 이도갤러리, 서울

Prize
2011 제7회 청주공예비엔날레 공모전 금상
2008 제1회 광주백자공모전 대상